무료 가설계의 함정 — 공짜 도면이 계약서보다 먼저 나오는 이유
토지나 꼬마빌딩을 알아보다 보면 "가설계 무료로 해드립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시공사나 분양대행사가 먼저 연락해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짜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이 도면이 어떤 목적으로 그려지는지는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설계가 왜 공짜일까
시공사 입장에서 가설계는 영업 비용입니다. 도면 한 장을 무료로 그려주고, 그 도면을 보여주며 공사 계약을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계약이 성사되면 가설계에 들어간 비용은 공사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갑니다. 즉 "무료"는 계약이 성사됐을 때를 전제로 한 무료이고, 계약이 안 되면 시공사가 그 비용을 그냥 떠안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영업 목적의 무료 서비스는 여러 업종에 흔합니다. 다만 이 구조에서 도면을 그리는 쪽과 그 도면으로 이익을 보는 쪽이 같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생기는 문제
도면을 그리는 쪽이 계약도 따내야 하는 쪽이면, 그 도면이 실제보다 후하게 나올 유인이 생깁니다. 층수를 넉넉하게 잡거나, 일조 사선 손실을 보수적으로 덜 반영하거나, 주차 대수 산정에서 유리한 가정을 쓰는 식입니다.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어도, "이 정도는 나올 겁니다"라는 낙관적인 해석 쪽으로 기울기 쉬운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숫자를 보고 토지 매입 여부나 매입가를 결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가설계에서 나온 연면적을 기준으로 사업성을 계산했는데, 정작 본설계 단계에서 규모가 줄어들면 그 시점엔 이미 토지 계약이 끝난 뒤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료 가설계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여기서 정확히 구분해야 할 게 있습니다. 문제는 "무료"라는 가격이 아니라 "누가, 어떤 입장에서 그렸는가"입니다. 유료로 받은 가설계라도 그린 주체가 향후 시공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같은 유인 구조가 작동합니다. 반대로 무료로 받았더라도 시공 계약과 무관한 독립된 검토라면 이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 구분 | 시공사 무료 가설계 | 시공 계약과 무관한 사전검토 |
|---|---|---|
| 목적 | 공사 계약 유도 | 규모·법규 확인 자체 |
| 검토 주체의 이해관계 | 계약 성사 시 이익 | 검토 결과와 무관 |
| 수치가 후해질 유인 | 있음 | 없음 |
| 계약 전 재확인 필요성 | 높음 | 낮음(그래도 본설계 재확인은 필요) |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할 순서
- 가설계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렸는지 먼저 확인 — 시공 계약을 전제로 한 자료인지
- 용도지역·건폐율·용적률 같은 기초 법규 수치는 시공사 자료 외에 별도로 한 번 더 확인
- 일조 사선·주차대수처럼 규모를 깎는 요소가 가설계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확인 — 누락되거나 낙관적으로 처리된 항목이 있는지
- 토지 매입가·사업성 계산은 시공사 가설계 하나만 근거로 확정하지 않기
- 계약 여부와 무관한 별도 사전검토 결과와 비교한 뒤 최종 판단
가설계가 후하게 나온 걸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다만 그 숫자가 어떤 입장에서 나온 건지 모른 채 매입을 결정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순서를 바꾸면 됩니다 — 계약을 전제로 한 도면을 보기 전에, 계약과 무관한 사전검토를 먼저 해보는 것입니다.
Jitda는 시공·분양 계약과 무관하게 주소만으로 규모검토를 제공합니다. 특정 시공사의 영업 도구가 아니라서 결과가 계약 성사 여부에 영향받지 않고, 산출 근거를 법령 조항 단위로 그대로 노출합니다.